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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전기화학 속도론에서 버틀러-볼머(Butler-Volmer) 식은 작동전극(working electrode)의 전위가 높아지거나 낮아질 때 반응 전류의 크기 변화를 기술하는 식입니다. 간단한 산화환원 반응에서 반응좌표(reaction coordinate)에 따른 자유에너지 변화를 도시해 보고, 그래프로부터 버틀러-볼머 식을 유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 속도 상수

많은 화학반응의 속도 상수가 아래와 같은 아레니우스 식을 따른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k = Ae^{-E_A/RT} \tag{1}\]

$e^{-E_A/RT}$항은 특정 온도 $T$에서 반응물 입자가 에너지 장벽 $E_A$를 넘는 에너지를 가질 확률로 해석됩니다. $A$는 반응물 입자가 에너지 장벽을 넘으려 시도하는 시간 당 횟수로 해석됩니다. 시도가 잦고($A\uparrow$) 에너지 장벽이 작을수록($E_A\downarrow$) 속도상수는 커집니다.

3. 반응좌표-자유에너지 도식

속도상수를 위와 같이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아래와 같은 가장 간단한 형태의 전극 과정을 생각해 봅시다. 산화종($\ce{O}$)과 환원종($\ce{R}$)이 전자 하나를 교환하는 반응이며, 다른 반응은 관여하지 않습니다. 정반응(환원)과 역반응(산화)의 속도상수는 각각 ${k_f}$와 ${k_b}$로 주어집니다.

\[\ce{O + e <=>[k_f][k_b] R} \tag{2}\]

이 반응에서 반응 좌표(reaction coordinate)에 따른 자유에너지의 변화를 도시해 보겠습니다. 산화종과 환원종 모두, 안정 상태에서 이탈함에 따라 자유에너지는 점차 상승하고, 특정 반응 좌표에 도달했을 때 (그림 1, 점 $A$)) 산화 혹은 환원 반응이 발생합니다.

그림 1. 반응좌표-자유에너지 도식 (1)

안정 상태에 있는 산화종과 환원종의 자유에너지가 동일하다면, 정반응이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자유에너지 변화량($\Delta G^\ddagger_{0c}$)과 역반응이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자유에너지 변화량($\Delta G^\ddagger_{0a}$)이 동일합니다.

정반응과 역반응이 일어나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에너지 차이가 동일하기 때문에, 두 반응의 속도는 동일합니다.

앞의 예시에서는 반응물과 생성물이 안정 상태에서 갖는 자유에너지가 동일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 2와 같은 경우, 정반응(산화)가 역반응(환원)보다 일어나기 쉽습니다.

그림 2. 반응좌표-자유에너지 도식 (2)

아래와 같이 써 주면, 정반응이 역반응보다 빠르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ce{O + e <=>>[k_f][k_b] R} \tag{3}\]

한편 아래의 그림 3은 반대의 경우를 나타냅니다.

그림 3. 반응좌표-자유에너지 도식 (3)

반응속도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ce{O + e <<=>[k_f][k_b] R} \tag{4}\]

4. 버틀러-볼머 식 유도

이제 버틀러-볼머 식의 유도를 시작해 봅시다. 아래 그림 4에서, 외부에서 전압을 인가하기 이전 산화종의 포텐셜이 빨간색 점선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이 경우 전체 반응은 정반응(환원)이 우세한 상태로 그림 2의 경우와 같습니다.

이제 어떠한 방법, 예를 들어 외부 전원을 이용하여 $ \Delta E $만큼의 기전력을 가하여, 산화종의 포텐셜을 $F\Delta E$만큼 (-)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합시다. 이에 따라 반응좌표에서 산화종의 포텐셜 곡선은 빨간색 실선이 되었고,정반응과 역반응의 활성화에너지는 각각 $\Delta G^\ddagger_{0c} \rightarrow \Delta G^\ddagger_{c}$, $\Delta G^\ddagger_{0a} \rightarrow \Delta G^\ddagger_{a}$로 변동하였습니다.

주의! 일반적으로 자유에너지가 화학종 1몰에 대한 값으로 기술되기 때문에, 자유에너지의 총 변화량을 나타내기 위해 $\Delta E$에 패러데이 상수($F$)를 곱해 주었습니다.

버틀러-볼머 식은 $\Delta E$만큼의 전기적 포텐셜 변화에 의한 정반응과 역반응의 속도상수 변화를 위의 자유에너지 항들로부터 계산하고, 이를 이용하여 특정 크기의 포텐셜 변화가 반응 전류의 크기에 미치는 영향을 공식화합니다.

이 관계를 계산하기 위해 그림 4를 한 번 더 관찰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 $F\Delta E + \Delta G^\ddagger_{0c} = \Delta G^\ddagger_c + (1-\alpha)F\Delta E$
  • $\Delta G^\ddagger_{a} + (1-\alpha)F\Delta E = \Delta G^\ddagger_{0a}$

각각을 아래와 같이 다시 정리할 수 있습니다.

  • $\Delta G^\ddagger_{0c} -\Delta G^\ddagger_c = -F\alpha\Delta E$
  • $\Delta G^\ddagger_{0a} - \Delta G^\ddagger_a = (1-\alpha)F\Delta E$

그림 4. 포텐셜 변화에 따른 반응좌표-자유에너지 도식

즉, 반응물에 가한 $\Delta E$만큼의 전기 포텐셜 변화는 특정 비율($\alpha$)만큼은 반응물의 자유에너지 변화에 기여하고, 나머지($1-\alpha$)만큼의 비율은 생성물의 자유에너지 변화에 기여합니다. 이것이 버틀러-볼머 식의 공식화로 연결되는 주요한 관찰입니다.

이제, 전기적 포텐셜 변화 $\Delta E$가 가해진 상태에서의 정반응과 역반응의 속도상수를 각각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정반응:

\[\begin{aligned}k_f &= A_f e^{-{\Delta G^\ddagger_{c}}/{RT}}\newline &= A_f e^{-{(\Delta G^\ddagger_{0c} - \alpha F\Delta E)}/{RT}}\newline &= A_f e^{-\Delta G^\ddagger_{0c}/{RT}} e^{\alpha F\Delta E/{RT}} \end{aligned} \tag{5}\]

역반응:

\[\begin{aligned} k_b &= A_b e^{-{\Delta G^\ddagger_{a}}/{RT}}\newline &= A_b e^{-(\Delta G^\ddagger_{0a} + {(1-\alpha)}F\Delta E)}\newline &= A_b e^{-\Delta G^\ddagger_{0a}/{RT}} e^{-{(1-\alpha) F\Delta E}/{RT}} \end{aligned} \tag{6}\]

이제 반응물과 생성물의 농도를 각각 $ C_O $와 $ C_R $로 쓰기로 하고, 반응전류의 크기를 나타내는 아래 식에 위에서 구한 $k_f$와 $k_b$를 대입하면 버틀러-볼머 식이 완성됩니다.

\[i = FA({C_O}{k_f}-{C_R}{k_b}) \tag{7}\]

간략한 표기를 위해, 반응물과 생성물의 농도가 $C_{O, eq} = C_{R, eq}$ 로 동일한 특정 상황에서 반응물의 포텐셜이 $E_{eq}$ 이고, 이 때 반응물의 반응좌표-자유에너지 그래프가 사실 우리가 처음 논의를 시작한 빨간 점선과 같았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평형 상태에서는 반응전류가 0이어야 하므로 $k_f = k_b$ 가 성립해야 합니다. 이렇게 정반응과 역반응의 속도가 동일할 때의 반응속도를 $k_0$ 이라고 쓰기로 하면, $E_{eq}$ 에서 벗어난 어떤 포텐셜 $ E $ 에서의 속도상수는 각각 아래와 같이 쓸 수 있게 됩니다.

\[k_f = k_0 e^{-{\alpha F(E-E_{eq})}/{RT}} \tag{8}\] \[k_b = k_0 e^{-{(1-\alpha) F(E-E_{eq})}/{RT}} \tag{9}\]

식 8식 9식 7에 대입하고 정리하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버틀러-볼머 식을 얻게 됩니다. 아래 식에서 $f = F/{RT}$ 입니다.

\[\begin{aligned}i = &FAk_0(C_O e^{\alpha f(E-E_{eq})}\newline&- C_R e^{-(1-\alpha) f(E- E_{eq})})\end{aligned} \tag{10}\]

5. 전달 계수

식 $(10)$과 같이 유도된 버틀러-볼머 식에서 $\alpha$를 전달 계수(transfer coefficient)라고 합니다. 이 값은 일반적으로 반응계에 가해진 과전압의 크기와 무관하며, 계의 화학적 특성에 따라 고정된 값이라고 봅니다.

전달계수의 값을 알면 반응좌표상에서 반응물 혹은 생성물의 자유에너지 중 어느 쪽이 반응 진행에 따라 더 급격히 변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즉, 반응좌표상에서 반응물 자유에너지의 국소 기울기와 생성물 자유에너지 국소 기울기 중 어느 쪽이 더 가파른지 알 수 있습니다.

  • $\alpha = 1/2$ 이면 반응물과 생성물의 자유에너지 국소 변화율이 동일합니다.
  • $\alpha\gt 1/2$ 이면 반응물의 자유에너지 국소 변화율이 생성물보다 큽니다.
  • $\alpha\lt 1/2$ 이면 생성물의 자유에너지 국소 변화율이 생성물보다 큽니다.

아래의 그래프는 $\alpha = 1/2$인 상태의 그래프입니다. 그래프 왼쪽의 슬라이더를 위아래로 드래그하여 반응물 자유에너지의 국소 기울기를 낮추거나 높일 수 있습니다.

$\alpha$는 슬라이더를 아래로 끌어내리면 (반응물 자유에너지의 국소기울기가 생성물보다 작아지면) 작아지고, 위로 끌어올리면 (반응물 자유에너지의 국소기울기가 생성물보다 커지면) 커집니다. 직접 슬라이더를 조정해 확인해 봅시다.

그림 5. 자유에너지의 국소변화율과 전달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