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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들어 감정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는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여기서 ‘성공’이라 함은 돈을 많이 번다거나 승진을 한다거나 하는 세속적인 성공보다는 감정적인 안정감이나 행복이라는 측면을 가리키는 부분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최근 감정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말하자면 정서적으로 불편한 상황에서 감정적인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면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이유로 일상에 동요가 생기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잃어버렸을 때, 일반적으로 그 결과는 하던 일이나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 회사에서 일을 하던 도중에 집으로 돌아와야 할 일이 몇 번 있었는데, 가족 일에 관한 것으로 감정적으로 굉장히 다루기 불편한 일들 때문이었습니다.

감정적인 동요를 다루는 데 한 번 실패하게 되면, 우선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이 단계까지 이르게 되는 이를테면 악순환의 고리가 있는데, 우선 일터에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돌아와야 된다는 좌절감이 레이오프라는 -별다른 논리적 근거는 없는- 최악의 결과를 상상하게 하는 형태로 부풀어오릅니다. 미국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이민자이다 보니 미국 고용시장이 얼마나 업무능력 기반의 레이오프 관점에서 유연한 시장인지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고, ‘오늘 일을 제대로 못 했으니 레이오프를 당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사고가 발전해 감정적으로 위축되고, 감정적인 위축은 다시 업무 능력을 마비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여기에 더해 저의 내성적인 성격-영어로 인해 더 심각해지는-이 현재 직장에서 요구하는 컨설턴트로서의 사회성과 배치되는 지점을 느끼고 있어 이러한 걱정을 더 증폭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일을 하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사실 이 시간에 직장 내 네트워킹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고 집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반복됩니다.

이러한 고민을 하면서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설법을 다시 듣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즉문즉설은 청중 중 고민이 있는 자가 스님께 질문을 하면 스님이 대답을 하는 형식의 컨텐츠인데, 예전에 워낙 많이 보았다 보니 어떤 질문이 나오면 어떤 대답이 나오겠다는 것을 대충 알고 있을 정도는 되었습니다. 설법을 통해 전하는 교훈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많은 경우에 “가진 것에 감사하라”, “욕심을 버려라” 라는 큰 줄기를 벗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설법 몇 편을 듣고 나니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던 고민들에 대한 답을 조금 얻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회사에서 가족 일로 집으로 돌아와야 했을 때 느꼈던 불안감의 경우에는, 직업 안정성에 대한 다가오지 않은 불안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대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들에 대해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쉬운 일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설법에서 스님은 항상 말씀하시기를 너를 괴롭힌다고 네가 생각하는 것들까지를 모두 포함하여 범사에 감사해야 한다고 합니다. 핵심은 괴로움과 고민의 원인을 없애거나 거기에 저항하려고 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고민의 뿌리를 들어내 없앨 수 있다는 믿음은 보통 환상이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고통과 고민을 통제할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들을 통제하지 못하는 자신의 현실에 괴로워하고 결국 무력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것보다는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이나 잘 하는 것들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성격과 직장 생활에서 요구되는 품성의 충돌에 대한 경우에는, 그 동안 내가 하고 있던 일들이 쓸모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은 ‘이런 것들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보통은 네트워킹과 사회적 활동들에 대한 것입니다- 제가 원래 잘 할 수 있고 잘 하던 일들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네트워킹에 나서지도 못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가치있는 일들은 여전히 그대로 있다’는 것을 인식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법륜스님 즉문즉설 설법에서 많이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은 있는데 잘 하지 못하고 있다면, 아직 안 해도 살 만 하니 그런 것이다. 안 하면 정말 큰일이 나는 상황이 되면 저절로 하게 될 테니 그냥 사시라.” 라는 것입니다. 설법에서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마치 “죽고 싶으면 죽어라!” 라는 말처럼 들려서 깔깔 웃게 되는데, 그렇게 조금 웃고 나면 기분이 훨씬 나아집니다. 아마도 이 말에는 “정말 큰일 나기 전에 지금이라도 마음 먹고 정말 제대로 해 보시라”라는 촉구와 “괴로워하며 애쓰지 않아도 일은 되어갈 때가 있는 법이니 걱정을 버리라”라는 위로가 모순적으로 같이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사족으로는 앞으로 제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까지 이 블로그에 두서없이 좀 써 보기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 동안은 이 블로그에 올릴 내용으로는 개발이나 지식 관련 내용만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이 블로그에 올릴 내용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것대로 또 큰 스트레스가 되고 있었습니다. 저의 생각이나 느낌을 포스팅하면 만에 하나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영어로도 글을 써야 하니 영어 공부도 하고, 포스팅을 올리다 보면 어쩌다 돈이 좀 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이렇게 계속 글을 쓰는 작업을 통해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쓰는 일 자체는 원래부터 좋아했으니 여러모로 남는 장사입니다.

항상성 감정(Homeostatic Emotion)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너무 오래 굶으면 죽기 때문에, 개체를 죽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먹을 것을 찾는 행동을 유발하도록 허기라는 감정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감정이 저의 새로운 항상성 감정이 되어서, 감정적으로 동요되고 우울감이 언뜻언뜻 찾아올 때,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키보드 앞에 앉아 몇 자 두드리는 것으로 저 자신의 마음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앞으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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