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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베 다이어그램

전위-산도 (Potential-pH) 도표 혹은 포베 다이어그램 (Pourbaix diagram)네른스트 식 (Nernst equation)에 의해 표현되는 산화환원반응의 열역학적 평형조건들을 $x$축을 산도(pH), $y$축을 전위(potential)로 하는 좌표평면상에 표시한 도표입니다. 포베 다이어그램을 이용하면 주어진 산화환원 반응계에서 전위 혹은 pH의 변화에 따라 어떤 화학종이 우세하게 존재하는지 시각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1.1. 산화환원 반응식

산화환원 반응은 산화종 $\ce{O}$가 몇 개의 양성자를 얻거나 (+$q\ce{H+}$) 몇 개의 전자를 얻어 (+$n\ce{e}$) 환원종 $\ce{R}$로 변하는 반응 및 그 역과정입니다. 즉, 일반적인 산화환원 반응은 아래와 같이 쓰여집니다.

\[\ce{O + qH+ + ne <=> R \tag{1}}\]

1.2. 네른스트식

네른스트 식은 어떤 반응에 대한 포텐셜 $E$가 표준 평형 상태 포텐셜 $E^0$에서 벗어나는 정도를 반응물과 생성물의 활동도와 반응계수들의 조합으로 나타냅니다.

네른스트 식의 유도를 위해, 우선 반응 $(1)$의 평형에 대한 아래의 깁스자유에너지 표현을 생각합니다.

\[\Delta G = \Delta G^0 + RT\frac{a_\text{R}}{a_\text{O}a^q_\ce{H+}} \tag{2}\]

그리고 $\Delta G = -nFE$, $\Delta G^0 = -nFE^0$임을 이용하여, 다음을 얻습니다. 이 식이 반응 $(1)$에 대한 네른스트식이 됩니다.

\[E = E^0 + \frac{qRT}{nF}\ln{\frac{a_\ce{O}a_\ce{H+}}{a_\ce{R}}} \tag{3}\]

포베 다이어그램은 전위와 pH의 관계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므로, $(3)$에서 pH 항을 분리하여 다시 아래와 같이 써 줍니다.

\[E = E^0 - 0.059 \left( \frac{q}{n} \right) \left(\text{pH}-\log{\frac{a_\ce{O}}{a_\ce{R}}} \right) \tag{4}\]

이제 어떠한 화학종들로 구성된 계에 대해, 각 화학종 사이의 산화환원 반응식 및 표준상태 평형전위 $E^0$을 알고 있다면, 식 $(3)$을 이용하여 좌표평면상에 포베 다이어그램을 그릴 수 있습니다. 복잡한 반응의 경우 반응물과 생성물의 활동도 및 화학식 계수를 모두 고려하여야 하지만, 많은 경우 수소 이온과 수산화이온을 제외한 반응물 및 생성물의 활동도는 1로 두고 아래와 같이 간단히 쓸 수 있습니다.

\[E = E^0 - 0.059 \left( \frac{q}{n} \right) \text{pH} \tag{5}\]

많은 경우 $(5)$와 같이 간략화된 식을 이용해 포베 다이어그램을 그릴 수 있지만, 반응식이 더 복잡하고 수소 이온과 수산화이온 외 화학종들의 활동도를 1로 둘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에 대한 포베 다이어그램과 철에 대한 포베 다이어그램을 직접 그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의! 네른스트식의 표현은 자연로그로 주어지는데 pH는 수소이온농도의 상용로그이기 때문에, 식 $(3)$을 식 $(4)$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ln{x} = (\log x/\log e) = 2.303\log(x)$임이 사용되었습니다.

2. 물의 포베 다이어그램

가장 간단한 예시로, 물과 관련된 포베 다이어그램을 직접 그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물 분자 ($\ce{H2O}$), 수소 분자 ($\ce{H2}$), 산소 분자 ($\ce{O2}$)와 수소 이온 ($\ce{H+}$)이 반응에 참여합니다.

먼저 환원 반응의 반응식은 아래와 같이 주어집니다.

\[\ce{H+ + e- <=> 1/2H2} \newline (E^0 = \text{0.0V vs. NHE}) \tag{6}\]

이 반응에 대한 네른스트 식은 $(5)$를 참고하여 아래와 같이 정리됩니다.

\[E = 0.0 - 0.059\text{pH} \tag{7}\]

다음으로, 산화 반응의 반응식은 아래와 같이 주어집니다.

\[\ce{O2 + 4H+ + 4e- <=> 2H2O} \newline (E^0 =\text{1.229V vs. NHE}) \tag{8}\]

이 반응에 대한 네른스트 식 역시 $(5)$를 참고하여 아래와 같이 정리됩니다.

\[E = 1.229 - 0.059\text{pH} \tag{9}\]

이처럼 하나의 산화환원 반응식에 네른스트식의 유도과정을 적용하여 얻어진 $(7)$및 $(9)$와 같은 식들을 편의상 반응평형선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반응계와 관련된 반응평형선들을 좌표평면상에 그려 주면 아래와 같은 포베 다이어그램을 얻게 됩니다.

그림 1. 물의 포베 다이어그램

위 포베 다이어그램의 각 영역은 가장 위 영역부터 순서대로 $\ce{O2}$, $\ce{H2O}$, $\ce{H2}$가 가장 안정한 영역을 나타냅니다. 포텐셜이 낮아질수록 전극을 통해 공급되는 전자의 에너지가 높아지며 전극 주변의 화학종들을 환원시키게 되므로 $y$축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산화, 아래로 갈수록 환원 반응이 우세하게 되는 것에 유의합니다.

3. 철의 포베 다이어그램

식 $(5)$를 다시 살펴 봅시다. 반응에 참여하는 수소 이온이 많을수록 ($q \uparrow$), 반응에 참여하는 전자가 적을수록 ($n \downarrow$) 포베 다이어그램 상에서 해당 반응을 나타내는 반응평형선의 기울기가 커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 = E^0 - 0.059 \left( \frac{q}{n} \right)\text{pH}\]

하지만 더 복잡한 시스템에서 그려진 포베 다이어그램은 수평선 혹은 수직선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포베 다이어그램 중 하나는 철의 포베 다이어그램입니다.

먼저, 아래 그림은 완성된 포베 다이어그램을 만들기 전의 것으로, 모든 가능한 반응의 반응평형선들만을 좌표평면상에 나타낸 것입니다.

그림 2. 철의 반응 평형선

위 그래프를 살펴 보면 물의 포베 다이어그램에서 관찰되었던, 우하향하는 형태의 반응평형선 이외에도 수직선 및 수평선 형태의 반응평형선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 이러한 반응평형선이 발생하며, 각각의 경우를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간단히 살펴 보겠습니다.

3.1. 수소이온이 관여하지 않는 반응 (수평선)

수소이온이 관여하지 않는 반응은 식 $(5)$ 에서 $q=0$인 경우가 됩니다.

\[E = E^0 - 0.059(q/n)\text{pH} \tag{9} = E^0\]

이는 $y=k$꼴이며, 표준환원전위를 지나는 수평선으로 표시됩니다. 위 그림 2에 나타낸 철의 포베 다이어그램에서 두 수평선은 각각 아래의 반응들을 나타냅니다.

\[\ce{Fe^2+ + 2e <=> Fe} \newline (E^0 = \text{-0.44V vs. NHE}) \tag{A, 11}\] \[\ce{Fe^3+ + e <=> Fe^2+} \newline (E^0 = \text{0.77V vs. NHE}) \tag{B, 12}\]

3.2. 전자가 관여하지 않는 반응 (수직선)

위에 나타낸 철의 포베 다이어그램에는 전자가 관여하지 않는 반응도 두 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선 두 반응식 중 하나는 아래와 같습니다. 3가 철 이온이 물과 반응하여 수산화철로 침전하는 반응입니다.

\[\begin{aligned} \ce{Fe^3+ + 3H2O &<=>\newline &Fe(OH)3 + 3H+} \tag{C, 13} \end{aligned}\]

이 반응의 반응평형식은 식 $(5)$ 를 이용하여 구하지 않고, 침전물인 삼수산화철의 용해도곱상수와 물의 이온곱상수를 이용하여 구합니다.

\[K_\text{sp}=a_\ce{Fe^3+}a^3_\ce{OH-}=4×10^{-38} \tag{14}\] \[K_\text{w} = a_\ce{H+} a_\ce{OH-} = 10^{-14} \tag{15}\]

$a_\ce{Fe^{3+}}=1$로 두면, 아래와 같습니다.

\[\begin{aligned} \text{pH} &=-\log a_\ce{H+}\newline &=-\log \left( 10^{-14}×\left(4×10^{-38}\right)^{-1/3} \right)\newline &= 1.53\newline \end{aligned} \tag{16}\]

따라서, 반응 $(13)$을 나타내는 반응평형선은 $\text{pH} = 1.53$입니다.

한편 2가 철 이온 ($\ce{Fe^{2+}}$)은 아래 반응에 의해 이수산화철로 침전합니다.

\[\ce{Fe(OH)2 <=> Fe^{2+} + 2OH-} \tag{D, 17}\]

이 반응 역시 전자가 관여하지 않으므로 수직선을 나타냅니다. 이수산화철의 용해도곱상수는 $1.6×10^{-15}$이며, 위와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text{pH} = 6.6$이 반응평형선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3. 깁스 상률 적용하여 나머지 반응평형선 그리기

한편, 삼수산화철과 2가 철 이온은 아래 반응식에 의해 평형을 이룹니다.

\[\ce{Fe(OH)3 + 3H+ + e <=> Fe^{2+} + 3H2O} \tag{E, 18}\]

이 반응의 반응평형선은 $(5)$의 네른스트식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E = E^0 - 3×0.059\text{pH} \tag{19}\]

이 반응평형선은 기울기는 알려져 있지만 $E^0$값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기울기 정보만 가지고도 이 반응평형선은 포베 다이어그램 상에 그릴 수 있습니다. 반응평형선 $(19)$위에서는 이미 $\ce{Fe^{2+}}$와 $\ce{Fe(OH)3}$이 평형을 이루고 있는데, 여기에 $\ce{Fe^{3+}}$까지 동시에 평형을 이루며 존재하는 것은 깁스 상률에 의거하여 오직 한 점에서만 가능하며, 이로부터 반응평형선 $(19)$는 반응평형선 A와 C의 교점인 $(1.53, 0.77)$을 반드시 지나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두 개의 반응평형선을 더 그릴 수 있습니다. 각 반응은 아래와 같습니다.

\[\ce{Fe(OH)3 + H+ + e <=> Fe(OH)2 + H2O \tag{F, 20}}\] \[\ce{Fe(OH)2 + 2H+ + 2e <=> Fe + 2H2O \tag{G, 21}}\]

이제 지금까지 도시한 반응평형선들을 가지고 실제 관찰 가능한 선분 및 반직선들만을 남기면 아래와 같은 도식을 얻습니다. 이것이 완성된 철의 포베 다이어그램입니다.

그림 3. 철의 포베 다이어그램